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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해피포인트 군입대 축하편 국방의 의무 축하해
해피포인트의 장사 전략-노이즈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이란? [noise marketing] :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
옛날에 시장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주로 장사하는 사장님들과 친분을 쌓은 적이 있습니다.
전공은 아니고 어떤 사이트에 칼럼을 쓰기 위해 공부했던 거라서 주로 다루었던 주제는
물건의 품질과 신용, 판매전략 등 상도덕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깊이있게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상업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으며 느낀 사실은 '상윤리는 시민윤리와는 별개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시민윤리는 사람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일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불가침의
규약이지만, 상윤리는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지키는
일종의 전략적 규범인 것입니다.(쉽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도둑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익에 집착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상윤리가 시민윤리보다 더 인간적일 때도 있습니다.
시민윤리는 사람이 사람을 해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거리'만을 지키면 이행되는 것이지만
상윤리는 본질적으로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표면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애초에 별개의 개념인 만큼 상윤리가 시민윤리보다 더 저질인 경우도 결코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경제사정이 좋아 소규모시장이 많이 생겨 서로 경쟁하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 상윤리의 질은 높아지지만
사회경제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눈앞의 이득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렇게 경제붕괴가 장기화되어 거대화된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 서비스보다는 판매전략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상윤리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상품 판매를 위해 튀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진화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심층적으로 보면
그만큼 상윤리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품의 질과 서비스가 좋은 상품은 굳이 튀는 포장지를 쓰지 않아도 잘 팔리니까요.
너도 나도 더 튀고 자극적인 포장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소규모 기업간의 경쟁의 치열해지다보면 더 많이 판매를 하기 위한 자극적인 아이디어들이
홍보수단으로 동원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얻어내는 부분은 상품 알맹이지 포장지가 아닙니다.
소비자가 상품 내용 그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포장지에 구매의사가 휘둘리는 것은 대다수 기업의 상윤리가
저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 해피포인트의 CF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사실 이 광고가 '남자의 군대사정을 모른다, 따라서 여자가 만들었다'라는 주제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떤 의도와 마인드를 가지고 기획한 것이냐에 따라, 광고를 만든 사람은 군대를 전역한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CF가 많은 사람들(주로 남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는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역린은 용의 목덜미에 있는 거꾸로 된 비늘을 말하는 것인데, 허수아비 왕이라고 해도 그의 치명적인 치부,
즉 역린을 건드리는 신하는 삼족을 멸 당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군대 이야기' 자체는 역린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여자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를 쉽게 이야기한다'라는 것이 다소 건방지고 신경을 건드릴 수는 있지만
문외한이 만화책 보고 전문가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그냥 바보라 여기고 무시하면 되는 것이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물론 이 부분에 발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CF의 경우에는 아주 대놓고 남자들의 불편한 심기를 조장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역린입니다.
국방의 의무 축하해.('병역'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긴 하지만... '세금 내는 사람들' 모두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축하'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할까요.
첫 생리 때문에 아파하는 후배한테 여자선배가 '생리 축하해'라고 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군대를 생리와 비교하는 여자들이 많은데, '생리'가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증거라서 축하할 수는 있지만
군대가 꼭 '남자를 남자로 만들어준다'는 개념으로 생각할 과정은 아니거든요. 사실 병역의 의무는 착취입니다.
게다가 그걸 남자선배가 아닌 여자친구가 '축하해'라고 말하는 것은 좀 어이없지만, 그래도 모르고서 하는 말이니
그냥 '이 여자애 바보인증하는구나'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입니다.
멋진 남자가 될 거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는 축복의 말 같아서 어감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신 좀 차리겠구나'라니... 그럼 이 남자친구는 아직 군대 못가서 온 정신이 아닌 거고
애초에 군대에(사병으로) 징집되지 않는 여자들은 죽는 날까지 제정신 못차리는 거겠네... 라고 비꼬고 싶어지는군요.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남자의 바로 이런 반응이 이 기업의 실제 계략에 말려드는 것이지요.)
제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군대 2년이 남자를 만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군대 다녀와서 성품이 좋아지고 생활력이 강해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되는 사람은 있지만
그건 그 남자애가 사회경험과 마찬가지로 '군대경험'을 통해 성장을 한 것이지
꼭 '군대'라는 시스템을 통해야만 온전히 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패배자들, 노숙자들, 범죄자들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 중에도 있습니다.
군대는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켜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일 뿐입니다.
뭐, 역린 이야기를 하려다가 군대 이야기가 될 뻔 했네요.
해피포인트로 케잌 사서 면회간다는 부분은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구요.
가장 크리티컬인 부분은 마지막의 '좋아, 너무 행복해'입니다.
핵심을 짚어보도록 하지요. 도대체 이 CF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노래 내용으로 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입대를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주체격인 여자가 하는 말이 '좋아, 행복해'랍니다.
입영 앞두고 있는 사람 마음은 착찹합니다. 술도 한잔 더 마시게 되고 친구 얼굴도 한번 더 보고 싶습니다.
물론 군대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온갖 수모 겪으며 노동착취 당하러 갈 뿐 그냥 '갔다 오는 곳'입니다.
그래도 사회적 인식이 '군대'란 특수한 곳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단은 '격리'되는 곳이니까요.
머리 깎고 훈련소에 들어간 첫날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가족들도 보고 싶고 많은 게 혼란스러울 정도로
직장에 들어가는 것 같은 '일반 사회생활'과는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남자 입장에서는 '좋아 행복해' 할까요?
왜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도 아닌 여자가 남자친구의 입영통지서 흔들어대고 방긋방긋 웃으면서
'좋아 행복해' 할까요? 둘이 사귀는 사이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건 대놓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CF의 핵심은 징집되는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조롱'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건드려서는 안되는 남자들의 역린입니다.
상윤리에 있어서 소비자의 역린을 건드려가면서 판매서비스를 한다는 게 상식적일까요?
사실 미친 짓이지, 장사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았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을 조롱하는 행위를 통해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졌다간 상품판매에 타격이 클테니까요.
그런데도 해피포인트의 경우는 굳이 '남자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마케팅을 감행합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해피포인트'의 메이저 사용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해피포인트가 아닌 블루클럽이 이런 내용의 CF를 했다면 블루클럽 금월 내에 경영위기 맞을 겁니다.
메이저 사용자의 성별이 이 노이즈 마케팅에서 왜 중요한 것일까요.
일단 노이즈마케팅의 첫번째 목적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우리 상품을 크게 인식시킨다'는 것입니다.
여태 해피포인트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냥 동네 빵집이나 구멍가게에서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사람도
해피포인트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해피포인트가 뭔지 궁금해함으로써
이 상품의 혜택과 서비스를 알게 되어 찾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해피포인트'의 경우는 그 부분을 넘어선 부분까지 타겟으로 삼습니다.
어떤 것이냐 하면, '남자들의 반발'을 이용해서 역으로 '남자들의 반응에 대한 여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해피포인트의 메이저 사용자는 남자가 아닌 여자들입니다.
성별을 둘로 갈라 싸움질을 시키고서, 남자들 쪽에서 불매운동을 해봤자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역린을 건드려놓고 노발대발하는 남성들의 반응을 통해
'남자들이 쪼잔하게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CF' 가지고 군대 얘기라 해서 흥분한다'라고
여자들의 반사심리를 이용하는 것도 그 첫 단계입니다.
시민윤리와 상윤리를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상품소비와 마케팅에 있어 '군대 간 오빠나 동생이 있는 여자'는 '남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여자'가 아닙니다.
그저 '여성적 소비취향과 패턴이 있는 전체 여성 소비자들 중 일부'일 뿐입니다.
사회심리적으로 여자들은 남자가 군대 얘기로 흥분할 때 가장 한심해 합니다.
그 '군대 얘기'가 남자에겐 얼마나 중요한 토픽이건 여자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대놓고 조롱하고 역린을 건드리면 일부 남자들은 비난의 대상을 '여성들'에게 향합니다.
'CF 기획자가 여자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남자가 병역에 대한 조롱에 발끈하듯이, 여자들도 남자들의 비난에 대해 당연히 발끈합니다.
그러면 여자들은 남자들의 편에 서 줄까요, 해피포인트의 편에 서 줄까요? 이렇게 게임은 마무리됩니다.
확실히 말하지만 해피포인트의 판매전략이 비열하고 치졸한 상윤리를 내걸고
CF 기획자는 이익을 위해 전략을 짠 것일 뿐, 그 기획자의 성별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이즈마케팅의 핵심전략은 첫번째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해피포인트를 널리 알린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남녀 대결구도를 만들어 메이저 소비자인 여성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경영 전문가가 아니라서 더 깊숙한 내면은 알 수 없습니다.
시민윤리의 기준으로 해피포인트 측의 전략은 상당히 저질스럽고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윤리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들의 별것 아닌(!) 군대 이야기를 조롱하고 싶어하는 일부 여자들'의 입장마저 대변해주고 있으니까요.
이 노이즈 마케팅에 대해 발끈하는 순간 지는 겁니다.
오히려 '이 광고는 나쁘다'라고 조금이라도 생각해주는 여자들을 존중해주어야 여자들도 남자들 편에 서줄 것입니다.
세상에서 천대받고 무시되어야 할 것은 천박한 상술이지, 일부 계층이나 일부 성별이 아닙니다.

이민정흑역사